호렙, 스스로있는자
히브리어 ‘호렙’은 하렙(황폐하다, 적막하다) 또는 하랍(부패하다, 마르다, 쇠퇴하다)에서 유래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산 호렙에서 떨기나무 가운데 불꽃으로 나타난 주님의 천사를 만났습니다.(출 3:1) 호렙산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우신 곳입니다.(신 5:2) 솔로몬 시대에 이르러 여호와의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길 때 궤 속에는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둔 돌판 두 개 외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왕상 8:9) 엘리야는 호렙산 동굴에 숨어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왕상 19)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만난 성스러운 호렙산은 시내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호렙은 신명기에서, 시내는 출애굽기와 레위기에서 많이 쓰였습니다
에흐예‘를 번역한 우리말 표현 ‘스스로 있는 자‘는 ‘하야‘의 의미 중 ‘존재’와 관련된 뜻을 살려 의역한 것이다. HALOT에 따르면 ‘היה’(하야)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 come to pass, occur
- happen, occur
- be, become
- have
‘하야‘는 이 외에도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존재’ 혹은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그런 면에서 신의 절대적 존재성이나 그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어휘로 적절하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 있는 자’라는 ‘의역’은 나름 괜찮은 표현이다. 그러나 의역의 문제는 ‘에흐예’가 가질 수 있는 다의성을 ‘스스로 존재하다’라는 의미에 국한시키는 데에 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번역의 근본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하나님이 바로의 압제 하에 고통받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모세를 애굽으로 보내려고 하자 ‘당신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해야 하느냐’고 묻는 모세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 출애굽기 3장 14절이다.
하나님은 ‘너희 조상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자기를 모세의 조상,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심을 밝히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러 오신 것은 백성들 때문이 아니라 조상들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 조상들 때문에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영광을 나타내시겠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그 자신으로 말미암아 살아온 것이 아닙니다. 그의 생애와 삶의 모든 이유도 그 자신이 아닌 그 조상들과의 약속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은 여호와의 기업”(시 127:3)이라는 말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우리의 생애와 삶의 이유가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고 우리의 부모와 조상으로 말미암았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빛이 되는 말씀입니다